상담후기

상담을 마치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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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아침
댓글 0건 조회 434회 작성일 23-11-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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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 * (26세, 여) / 목동 / 회사원

그 누구도 제가 우울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장점을 밝고 긍정적이라는 점을 꼽을 정도였고, 친구들이 스트레스는 어떻게 조절하냐 물었을 때도 스트레스를 별로 받지 않는 성격이라 대답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내가 무언가 문제점이 있다는 건 우연히 접한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교회 고등부 교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학생 한 명이 신앙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이와 관련해서 상담사님에게 조언을 구하였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제가 생각하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목표가 분명히 있는데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지 않고 오히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는 날이 허다했기 때문에 스스로 의문점이 들어 여쭤보게 되었습니다.

상담사님은 간단히 조언해주신 후에 자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상담지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였습니다.

먼저, 제가 어떤 사람인지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관용의 가면 속에 완벽함을 숨겼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전에는 ‘그럴 수 있지’를 입에 달고 살았기에, 늘 완벽함을 은연중에 추구하고 있었음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서 무언가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그로 인해 목표를 향한 길 가운데 멈춰있는 제가 왜 그런지 알 수 있었습니다. 상담사님은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기보다는 작은 목표로 쪼개고, 무언가 이루려 하기보다는 하나씩 해보며 목표로 나아가는 귀납적 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해주셨습니다. 

단순히 해결책만 제시해주셨다면, 의지박약인 저는 달라지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상담사님은 제가 어떻게든 해낼 수 있도록 매일 연락해주셨고, 하기 싫었어도 상담사님이 연락하시니 안 할 수가 없었던 지라 그렇게 해나가며 조금씩 제 삶의 태도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해도 안 돼.’라는,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했던 저의 못난 모습에게 스스로 ‘그래도 한 번은 해볼 수 있지 않아? 조금은 해볼 수 있잖아.’라고 반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저를 마주함으로써 제가 숨겨둔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상담사님은 단순히 상담 말고도 하루에 자신을 위해 3개씩 칭찬해주라는 것과 3개씩 스스로에게 질문하라는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그 숙제를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하루 시간이 주어지면 어떤 걸 하고 싶은지조차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맞추기에 급급했기에, 숙제를 하는 기간은 제 자아를 정립해나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제 문제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내가 스스로를 실패자로 생각하고,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기에 사는 가치가 없다는 굉장히 깊은 우울감 속에 진짜 나의 모습이 잠식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기에 또다시 실패하는 건 아닐까, 그런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그런 저를 데리고 잘 알고 계시는 정신건강의학과에 함께 가주셨고, 제가 우울해지는 순간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전심을 다해 살펴주셨습니다. 그 도움을 받아 제 우울함을 돌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울함으로 스스로를 못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지금은 일도 조금 더 늘리고, 그러는 와중에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은 꼭 가지려 노력합니다. 지금도 물론 아직 그 우울감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내일은 그래도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면서 이제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걸 느낍니다.

이런 과정은 그동안 껍데기만 달려왔기에 진짜 나를 잃어버렸던 걸 깨닫고, 멈춰 서 있는 본연의 자아를 되찾고 스스로 자아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된 뜻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상담 마지막 시간에 제가 상담사님을 찾는다면 어떤 시간이든 언제가 되었던 달려와주신다는 상담사님의 말씀은 제 마음 가운데 든든함으로 남아있습니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큰 힘이 되어주신 상담사님의 상담을 기억하며, 나의 자아가 있기에 눈부신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단 그 사실에 감사하고 삶 가운데로 나아가려 합니다. 더불어 타인이 우울함으로 인해 무너져있을 때, 나 또한 상담사님처럼 사람을 살리는 사람으로도 나아가고 싶은 또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도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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