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저는_
예전의 저는 조금만 마음이 어려워져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도 쉽게 했었고, 항상 마음에 그림자가 드리운 것처럼 어두웠어요. 삶의 순간 속에서 웃을 일들이 생기더라도 아침 이슬처럼 잠깐 반짝이다가 사라져버릴 뿐이었어요. 정말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처음에는 여러 노력을 했지만, 다 허사였어요.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저를 짓누른 세월만 약 10여년이예요. 그간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어요. 삶이 나를 무두질하고 있다, 내가 한 잘못들로 내가 벌을 받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에는 힘을 다해 버티려고 애를 썼는데, 사람인지라 점차로 쇠잔해졌고, 나중에는 더 남은 힘이 없어 스스로 비참해질 수밖에 없었어요. 굴복하고 복종하는, 노예와 같은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어요. 시간들이 중첩될수록 저는 생기를 잃어갔어요. 살아있는 시체같았죠.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그 모습을 달리 뭐라 표현하겠어요. 아무런 소망도 남지 않았고, 죽음이라는 구원이 내게 떨어질거라는 기대감도 없던 그 때 상담사님을 만났어요. 저는 이미 전에도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직접 정신과를 찾아가려고도 했었고, 정신건강 관련 유튜브도 찾아봤었기 때문에 경계를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지난 세월동안 누군가에게 제 아픔을 말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말할 사람을 간절히 바라기도 했고요.
상담사님은 제 말을 다 들어주셨고, 깊이 공감해주셨어요. 저는 이런 부분에 있어 예민한 편이라 상대방이 정말 내 감정에 공감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주의 깊게 살피거든요. 그래서 상담사님을 더욱 신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예전에 제 이야기를 듣기보다 본인의 말을 더 많이 하는 상담사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은 아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도 마음을 열 수 있었어요.
심리상담을 위한 테스트도 했었는데, 저는 문장완성검사가 기억에 남아요. 있는 그대로 썼지만, 정말 제 상태를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직설적으로 쓰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어떤 결핍이 있는지, 또 어떤 태도를 지녔는지가 다 드러나더라고요.
사실 저는 참 생각이 많고, 또 많은 성격이라 제가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대부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어떤 것을 알게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상담사님이 처음으로 제시한 사실이 있었어요. 제가 감정 표현이 안 되고 있다고 하시면서, 그 이유가 어렸을 때부터 양육자가 제 감정 표현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아, 그런가보다 했지만, 그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그렇다는걸 시시각각 실감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시발점이 정말로 오래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분노가 치밀었죠. 하지만 상담사님은 그렇게 된 게 제 잘못은 아니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직접 고쳐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다른 사람 탓을 하며 감정을 낭비하는게 헛된 걸 알았기에, 그럼 어떻게 할까요 하고 질문했었죠.
사실 상담사님이 내 주신 숙제가 있었지만, 그걸 성실하게 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정말로 여러 도움이 있었고, 또 상담사님이 제게 많은 관심을 기울어주시고 자신감을 북돋아주셨어요. 상담 후기를 작성하면서 사실은 과거에 내가 이랬었구나 하고 낯설어 할 정도로 저는 지금 괜찮아요. 괜찮아야 해서 괜찮은 게 아니라, 정말로 괜찮아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앞서 말했듯이 저의 변화는 상담사님 단 한 사람만으로 인한 것은 아니었어요. 지금 보면 모든게 풀리는 시점에 상담사님을 만난 거였어요. 그리고 모든게 풀려나가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상담사님이 해주셨고요. 더는 새로울 게 없다 생각했는데 새로운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고, 또 그늘 없이 맑게 웃을 줄 알게 되었어요. 요즘 즐겁고 행복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고, 죽음의 그림자가 언제 그랬냐는듯 멀어져 있더라고요.
혹시나 제 후기를 읽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감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아닐 수도 있지만, 그 기회가 이번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한번 믿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상담사님과 이야기해보시고, 해주시는 말씀을 믿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같은 사람이 또 있다고 생각하니, 이 후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변화를 얻었듯이, 제 글이 그런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